[논현광장]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입력 2024-07-1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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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얼마 전 부산에서 강연을 하며 청중에게 서울 지하철을 타봤는지, 그 경험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그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 사는 친척이 지하철이 편리하다고 해서 저는 처음 탔더니 복잡하더라고요. 갈아타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어요.” 서울에서 지하철을 자주 타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다는 서울 지하철 타는 게 어렵다고?

1년에 한국을 2~3번 오는 외국인 친구는 지하철이 편리하다며 한국에 올 때마다 지하철을 애용한다. 그런데 얼마 전 처음으로 불편한 경험을 했다. 그 전에 한 번도 타지 않았던 도시철도 노선으로 갈아타봤는데 생각보다 길 찾기가 어렵더란다.

이 두 사람이 불편을 느낀 공통적인 이유는 표지판을 포함한 안내 체계에 있다. 자기가 봤던 환승 표지판은 회색이었는데 다른 노선으로 갔더니 표지판 색깔이 바뀌어서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가는 곳’ ‘갈아타는 곳’ 같은 한글은 이제 글자 모양으로도 알아볼 수 있는데, 표지판 모양이 바뀌니까 얼른 알아보기 어렵더라고. 처음 오는 외국인들은 글꼴이랑 표지판 색깔이 달라지기만 해도 혼돈스러운데 외국어 글씨는 작으니까 더 헷갈리고.”

표지판은 장소 정보를 알려주는 중요한 요소다. 표지판이 명료하지 않으면 방문자들이 헤맬 수 있고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서비스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그뿐이 아니다. 응대하는 사람들의 응대 피로도도 커진다. 서울 지하철역 중 복잡한 환승역을 보면 정식 표지판이 아니라 역에서 직접 출력하여 붙인 듯한 소위 ‘사제’ 안내판들이 눈에 자주 띈다. 사제 안내판이 많다는 건 두 가지 스트레스의 증거다. 승객들은 길을 찾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고, 역무원들은 안내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다. 이런 스트레스는 얼른 측정이 되지 않지만 축적되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안내 스트레스’를 명료한 안내판으로 상쇄하는 사례는 어디 있을까? 김포공항역이나 인천공항역이 좋은 사례다. 우선 표지판과 방향 안내 글꼴이 압도적으로 크다. ‘나가는 곳’ ‘갈아타는 곳’과 같은 안내문 글씨도 다른 역에 비해 3배 이상 크다. 생각해 보면 공항 안 표지판을 눈에 잘 띄게 만들어 놓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공항 안 표지판은 수십 미터 전방에서도 볼 수 있도록 크게 만들어놓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공항에 자주 가지 않기 때문에 정보 안내의 시인성이 그 어디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상을 해보자. 모든 안내문들이 공항과 같다면 처음 온 관광객도, 휠체어를 타서 시야가 낮아도, 시력이 좋지 않아 작은 글씨가 안 보이더라도 모두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셈이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문장은 정보 접근에 있어서도 적용된다. 한국도 비준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접근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접근권은 물리적 접근권과 정보접근권으로 나눌 수 있다. 지체장애는 물론이고 발달장애인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정보에 접근하려면 우선 쉬운 언어로 정보를 만들어야 한다(표지판에 한자어보다는 쉬운 한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정보가 제시되는 곳의 디자인도 중요하다. 특히 교통과 같이 서로 연결되는 체계에서는 안내판 디자인이나 문구 통일도 매우 중요하다.

서비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디자인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멋지고 도드라지는 디자인 요소보다 쉬운 정보를 얼른 알아차릴 수 있도록 시인성을 높여 정보를 알아차리는 과정에 스트레스가 없도록 “모두가 접근가능한 정보”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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