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성 한국성장금융 감사 "금융사고 막으려면 준법감시부에 투자해야"

입력 2024-1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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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성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감사가 20일 서울 강남구 이투데이빌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윤성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감사가 20일 서울 강남구 이투데이빌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은행 올해들어 잇따른 금융사고에 몸살
농협은행이 여섯 번으로 가장 많아
농협은행서 준법감시인으로 39개월간 재직 당시 사고 0건
금융지주의 전폭적 지원…준법감시부 인원 대폭 늘려

“횡령 등 금융 사고를 막으려면 기업들이 준법감시부에 힘을 실어야 한다. 감시부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아닌 더 큰 수익을 위한 것이다.”

2016년 12월~2020년 2월 동안 NH농협은행에서 준법감시인 겸 금융소비자보호 부문장(부행장)을 역임했던 서윤성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감사는 최근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 사고를 막으려면 기업들이 감시부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은행권에서는 횡령, 부당대출 등의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특히 농협은행이 여섯 번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본지는 농협은행에서 금융소비자 부문을 총괄했던 3년 3개월간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던 서 감사를 만나 은행 사고 방지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서 감사는 무사고 비법의 가장 큰 요인으로 금융지주사의 아낌없는 지원을 꼽았다. 서 감사는 “농협은행에 재직하면서 준법감시부 내에 5명으로 구성된 자금세탁방지팀을 자금세탁 모니터링 요원 60여 명과 직원 40여 명으로 늘려 100여 명이 있는 자금세탁방지센터로 바꿨다”면서 “당시 김용환 회장과 이대훈 행장이 흔쾌히 요구를 받아들인 덕분”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지지도 있었다. 그가 부행장으로 발탁됐을 당시 외부인이라는 이유로 노조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밀어붙혔다. 그 당시 해운업에 대한 대출이 부실로 이어져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임원 급여를 삭감하고, 거액의 충당금을 쌓는 등 과감한 쇄신이 필요했다. 특히 농협은행 뉴욕지점과 관련한 해외 리스크를 안은 상태에서 외부에서 법률지식이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 내부 통제 부실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 적임자로 서 감사를 택한 것이다.

그는 지지에 걸맞은 결과를 일궈냈다. 서 감사가 발령받은 2016년은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자금세탁방지법, 금융보안법, 해외자산통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뉴욕주 금융당국(DFS)의 제재가 이미 결정된 때였다. 당시 미 금융당국의 최초 벌금 제시액은 2200만 달러였다.

출근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변호인을 선임하고 준법감시인을 교체했다. 본점 자금세탁방지 해외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PwC와 자금세탁방지 부문의 종합적 개선 작업을 시행하는 등 미 금융당국의 모든 지적사항 150여 개를 포함해 대대적인 개선에 나섰다. 그뿐만 아니라 미 금융당국 고위 경영진 미팅을 하고 정기 합동검사 대응에 지원하는 등 감독 당국 응대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뉴욕에서 사고가 터졌는데도 부행장으로 왔을 당시 본점에 있는 준법감시부 내 자금세탁방지팀 직원은 5명이 전부였다. 급하게 뉴욕에 가서 자격 있는 사람으로 바꾸고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3개월에 한 번씩 내가 와서 개선 사항을 알리겠다고 약속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결과 2021년 7차 합동검사에서 지적사항 0건, 컴플라이언스 등급 1단계 상향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벌금 부과액 또한 1100만 달러로 최초 제시액의 2분의 1수준으로 줄였다. 이는 다른 시중은행의 뉴욕지점에 비하면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서 감사가 분기별로 직접 FRB와 DFS를 방문해 농협은행에서 약속한 동의명령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인 데 따른 성과다.

최근 일어난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모든 은행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지만, 누군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힘 있는 감찰 부서에서 수시로 테마를 만들어 검사하는 등의 작동이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에는 전 지점의 대출 문서를 한 번 볼까, 라는 식으로 감찰부가 수시로 움직였다면 최근 일어난 금융사고들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윤성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감사가 20일 서울 강남구 이투데이빌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윤성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감사가 20일 서울 강남구 이투데이빌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은행, 내부통제시스템 외 수시검사 필요
임원만 책임 '책무구조도' 실효성 의문
금융사고, 전 직원이 선제적 대응 나서야
금감원, 은행별 보완사례 살펴 공유해야

같은 이유로 책무구조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의 구체적 책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문서로 만든 것으로, 지난달 말까지 18개의 금융사가 체출해 시범 운영 중이다. 서 감사는 “그동안에도 여러 규정에 따라 책임은 물어왔다. 도입되면 임원들이 조금 더 챙기긴 하겠지만, 효과가 밑에 직원들까지 전달이 될지 의문”이라면서 “제대로 실행되려면 내부통제에 대한 인식이 ‘모든 직원의 잘못은 밝혀진다’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에게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만 이미 갖춰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려면 내부 통제 관련 부서가 사고가 났을 때 수습하는 것이 아닌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경마장에 있는 농협은행 지점에서 정기적으로 돈을 뽑는 직원이 있는지 조사해서 40명 정도 추린 후 경고 조치를 했다”면서 “당시 가상자산 광풍이 불었는데 농협은행의 가상계좌를 이용하고 있는 빗썸 등 거래소의 도움을 받아 전수조사하기도 했다. 코인 거래가 많은 임직원에게는 경고 조치도 했다”고 언급했다.

직원들의 기업 정신 교육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 감사는 “최근 밝혀진 금융사고를 보면 ‘안 들키면 내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라는 농심(農 心)을 항상 강조했다. 농민의 피 같은 돈을 위임받아 운용하는 것이지 우리 돈이 아니라는 식의 이념 무장을 하다 보니 경각심이 있었다”고 피력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전 금융사가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내부통제 담당자들이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은행별로 사례를 꼽아서 어떻게 금융사고를 막았는지,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는지 나누고 이를 정성적인 것과 정량적인 것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금융감독원에서 평가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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