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가 지난 30일 일부 언론을 통해 ‘판교 협의양도택지’에 대한 공급불가' 방침을 내린 것이 결국 법정행으로 가게 될 전망이다.
(주)한성은 4일 성명을 내고 지난 2004년 1월, 한성이 보유한 성남시 삼평동 일대 공장부지 2만9424평(97,270㎡)에 대한 협의양도로 시작된, 한성과 토공간의 공동택지 공급에 관한 문제는 2년간의 허송세월을 뒤로 한 채, 결국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며 토지공사의 공식적인 통보가 접수되는 데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성은 건설교통부와 토공을 상대로, ▲건교부와 토지공사의 협의양도 택지공급 원칙, ▲택지개발촉진법의 본질적 취지, ▲중소기업에 대한 차별논란 등을 물어 이번 ‘공급불가’ 결정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공격적인 질의서를 공개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정문제로 비화될 경우 올 부동산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판교신도시 추진일정에 차질도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말 새로이 강화된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의 적용으로 사실상 협의양도가 불가능해진 김포장기지구와 ▲1,2차에 걸쳐 협의양도 대상만도 22개사 53만여평에 달하는 파주운정지구 등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돼, 향후 정부의 택지공급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성은 토공이 판교신도시 협의양도사업자에 대한 ‘공동주택용지 공급 철회’를 결정한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야기된 특혜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했다.
토공은 정부의 토지정책을 집행하는 공기업으로써 정책적 판단의 문제를‘주는 것도 아니고 안주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를 취하면서, 법원으로 문제를 이관해 책임논란에서 빠져나가려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토공은 지난해 5월초 판교 신도시에 땅을 소유한 (주)한성 등 4개사를 협의양도사업자 대상으로 선정해, 이미 공급통보를 했었다.
하지만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특혜’ 논란이 일면서, 4개월 가까이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여 왔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부 언론을 통해 ‘협의양도 완전불가’ 방침을 흘렸다가, 해당회사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다시 이번에는 ‘블록형 단독주택지 공급’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내세운 것이다.
실제로 토공은 해당기업들에 공식적인 통보를 전혀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 결정도 건교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확정이 아님’을 사실상 시인했다.
관련업계는 이러한 ‘오락가락’하는 과정에서 건교부와 토공이 ▲ 정책능력의 부재라는 무능과 ▲ 원칙도 없이 ‘만만한 중소기업을 희생양’으로 비판적 여론만을 잠재우기에 급급한 복지부동의 모습만을 남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성 관계자는“조삼모사식으로 지난 반년간 이미 3~4회 정책을 바꿔온 건교부와 토공을 전혀 믿을 수 없다. 이번에도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또 변경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신을 표했다.
한성은 토공이 상급기관인 건교부의 승인을 거쳐, 이미 지난해 5월 한성 등 4개사에 대해 사실상 계약을 위한 마무리단계에 해당하는 ‘공급결정’을 통보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통보나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선언하는 ▲불투명한 밀실행정의 전형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성은 “이제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반성하고, 무능과 복지부동 그리고 불투명으로 일관해왔던 토공의 관행에 과감히 맞서, 늦게나마 제 목소리를 내기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건교부의 관리아래 일사분란하게 정리되던’ 기존의 방식에 따른 판교문제의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한성은 토지공사로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지만, 다수의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토지공사의 계약파기’ 결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춰 모든 법적대응을 검토 중에 있다.
현재 법률적 검토는 민사소송, 행정소송, 헌법소원의 3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공식적인 통보가 접수되는 대로 단일소송 혹은 복수의 동시소송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성이 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기업의 이기주의가 국가정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여론이 있을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성은 토지공사의 이번 조치가 “공기업으로써 법리적 정책적 판단을 유보한 채, 특혜논란 등을 야기해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의 비난을 받는 것보다는 중소 건설업체를 희생시키는 ‘손쉬운 카드’를 선택한 것이 더 문제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한성의 박찬환사장은 “이번 소송의 의미는 잘못된 정책의 피해자가 된 기업의 자구책 마련이라는 개별기업 차원의 문제를 떠나서, 국가권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면서 불투명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을 진행해온 거대 공기업에 맞서 스스로의 목소리와 권리를 지켜내는 원칙과 상식의 새로운 선례가 될 것”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