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경영권 논란, 삼성, 현대차, 다음은 신세계?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이어 올해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대한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이 신세계로 확산될 조짐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가 후계상속 과정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신세계에 대해 지난 2월부터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국세청 조사는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부사장이 지난해 신세계 지분을 4.86%로 높이는 과정에 편법적인 증여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검찰의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현대·기아차 그룹에 대한 경영권 승계과정의 편법 여부 수사에 이어 국세청의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세무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경영권 승계 논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용진 부사장은 작정이나 한 듯이 지난해 9월 12일부터 열흘 동안 7회에 걸쳐 신세계 보통주 3만 7600주를 장내에서 사들이면서 총 14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 기간 신세계 주가는 39만원대를 유지했다.
이로써 정 부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4.8%로 늘어났다. 이명희 회장의 15.3%,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의 7.8%에 이어 3대 주주로 등극했다.
정 부사장이 신세계의 주식을 사모은 이유는 광주신세계백화점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계열사가 신세계를 통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그림참조)
정 부사장은 광주신세계 백화점의 최대지분(52.08%)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세계의 지분을 넓혀나가면 그룹을 승계 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불과 0.2%의 주식을 사들였는데도 정 부사장은 140억원이 넘는 현금을 사용해야만 했다.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사들인 신세계 주식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어림잡아도 500억 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쉽게 나온다.
따라서 모친인 이명희 회장의 수준으로 지분을 매입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이 회장이 지분을 외아들인 정 부사장에게 지분을 상속할 경우에 증여세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따라서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는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이전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현재 정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신세계를 제외하고 광주신세계,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총 4곳이다.
바로 이들이 신세계 지분을 매집할 정 부사장의 실탄들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광주신세계를 통해서 1000억원이 넘은 주식평가이익을 내면서 이 같은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은 지방에 점포를 낼 때 '지점' 형태로 낸다. 광주신세계가 신세계백화점의 '광주점'이었다면 거기서 벌어들이는 돈은 고스란히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광주신세계는 신세계와는 별도 법인이어서 광주신세계의 이익이 고스란히 대주주인 정 부사장 개인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돈이 결국 신세계 경영권 승계자금으로 쓰일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의 교묘한 그룹지배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쯤되면 정의선 사장도 재벌그룹 오너로서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부를 챙기고 지배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광주신세계는 95년 출점 당시 대기업이 지방에서 돈을 벌어 서울로 가져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광주지역 여론에 따라 부득이 광주신세계가 별도법인으로 설립됐고,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자본금을 완전 잠식하고 차입금 규모도 269억원에 달해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에 부득이하게 대주주가 증자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표1> 정용진 지분구도
광주신세계(52.08%), 신세계(4.86%), 신세계아이앤씨(4.31%), 신세계건설(0.8%), 신세계인터내셔널 (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