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숙부와 조카며느리'의 대결에 이어 '시동생과 형수'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주가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지난달 27일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계열사가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의 핵심계열사 현대상선의 지분 26.68%를 매입하며 촉발된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주가는 일단 현대상선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현대상선 '급등', 현대重 '지지부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기 하루 전인 26일 종가와 2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방어자'인 현대상선의 주가는 1만5800원에서 2만2050원으로 39.5% 상승했고, 시가총액도 6443억원 증가했다.
반면 '공격자' 현대중공업은 9만8000원에서 9만1900원으로 6.2% 하락했고, 시가총액도 4636억원 감소했다.
현대상선의 경우 주가 상승의 단골 메뉴인 '적대적 M&A' 가능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급등세를 기록한 반면 현대중공업은 새로운 사업 확대에 따른 부담감으로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현대그룹 측이 제안한 보유지분 10% 매각과 유상증자 불참 등의 요구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당분간 현대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현대상선의 주가도 기업 가치와는 상관없이 고공 비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거나 종결될 경우에는 이같은 주가 흐름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의 거울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와 KCC의 경영권 분쟁 사례를 볼 때 그렇다.
◆현대엘리베이터 vs KCC분쟁의 결과는?
2003년 가을에 시작, 해를 넘기며 계속됐던 현대엘리베이터(현대그룹 지주회사)와 KCC(금강고려화학)간의 경영권 분쟁 당시, 초기에는 '방어자'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반면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무렵에는 '공격자' KCC의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
현대엘리베이터와 KCC의 경영권 분쟁은 2003년 10월 21일 고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인 현정은 씨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11월 14일 정상영 명예회장이 이끄는 KCC 측이 현대그룹 인수를 공식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당시 KCC의 주가는 공식 인수 선언 이후 연속 하락하며, 연중 최저 수준(8만4800원)까지 추락했다. 이듬해 2월 증권선물위원회가 KCC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을 처분할 것을 명령하는 등 현대엘리베이터쪽으로 분쟁의 무게 중심이 기울자 KCC의 주가는 또 한번 급락세를 보였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KCC 등 범현대가 측이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며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을 날린 8월 중순 2만원대에 머물렀으나, 이후 분쟁이 본격화 되면서 연일 급등세를 보였다. 급기야 KCC가 공식 인수 선언을 한 직후에는 5만원대까지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막판에 접어들 무렵에는 주가 흐름이 역전됐다.
KCC가 주총에서 패배할 경우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이른바 '조건부 포기 선언'을 발표(2004년 3월24일) 부터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총(3월 30일)까지의 주가 흐름은 초기와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이 기간 KCC는 나흘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단숨에 10만원대를 돌파한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M&A 재료가 사라진 탓에 닷새 연속 급락했다.
한편, 당시 경영권 분쟁이 공식 시작된 시점(2003년 11월14일)부터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시점(2004년 3월30일)까지 전체 기간을 살펴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떨어진 반면 KCC의 주가는 올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기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28% 하락했고, 시가총액도 1180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KCC는 7.2% 상승했고, 시가총액도 700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