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PC통신은 온라인의 대표명사였고, 이를 채널로 사업하는 벤(VAN)사업자나 정보제공자(IP)가 지식사업의 모델로 뭍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당시 잘나가던 통신서비스업체 중 일부는 죽을 쑤고 있거나 사라진지 오래다. 유행이 언제까지나 그들과 함께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PC통신 다음으로 인터넷이 왔다. 인터넷은 새롬기술과 골드뱅크라는 옥동자를 낳았고, 덕분에 무한기술투자나 골든게이트 같은 투자회사들도 새롭게 떠올랐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던 다이얼패드(Dialpad)의 새롬기술, ‘이야기’라는 에뮬레이터로 미국의 벤처 심장부 실리콘벨리까지 입성했던 큰사람정보통신 등 소위 ‘마이더스의 손’들 가운데도 지금까지 생존한 기업이나 CEO는 드물다.
이제 바야흐로 텔레매틱스와 유비쿼터스의 거대한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기업이나 개인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크다.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이나 유통혁신, 마케팅의 획기적인 수단 등으로써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개인은 오프라인 업종과의 연계, 로드샵보다는 콘텐츠 비즈니스로 창업으로의 마인드 전환 등이 필요하다.
어디 온라인 기업뿐인가? 90년대 중반, 불과 1년여 만에 가맹점 수백 개를 모집하여 창업자는 사옥까지 지었으나 가맹점주들은 이내 문을 닫아야 했고, 90년대 후반의 조개구이 전문점 역시 같은 길을 걸어야 했다. 유행에 휩쓸려 단지 순간의 영화에만 만족한 심각한 오류였다.
운동화빨래방은 창업비가 극히 적다는 이유만으로, 쌀 도정사업은 도정시기에 따른 맛의 차이를 들먹이는 것도 부족해서 최근에는 웰빙트렌드를 갖다 붙여서 창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종 역시, 도태되었거나 성장할 업종은 아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커피, 샌드위치 등 일부 테이크아웃형 전문점, 150만 애견가구와 4,500억원대의 시장규모를 들먹이며 숫자로 유혹하는 애견사업, 일본의 새해 트렌드 중 하나가 가격파괴라는 점을 들어 초저가를 표방하며 지속성장을 표방하는 가격파괴 음식점 등 여러 오프라인 업종도 분명 유행선상에 있다. 가맹점을 모집하는 가맹본부나 가맹점 모두가 유행이 지나갈 자리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 지금부터 머리를 싸매야 할 것이다. 유행은 선행(先行)하지만 안착하기까지는 후속 비즈니스모델 개발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 유행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창업의 모체로 삼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형석([email protected])
비즈니스유엔 대표컨설턴트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