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세 실종으로 잔인한 6월을 보낸 코스닥 업체들에게 대량 발행한 해외 전환사채(CB)가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환가액마저 수 차례 하향조정되며 물량 부담의 공포가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자금조달이 어려운 코스닥 기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투자자들에게는 '밑져야 본전'인 해외 CB 발행을 대폭 늘렸으며 그 결과 물량부담이 현재 주가급락 원인으로 지목됐다.
◆줄줄이 행사가 낮아져..6월만 '43번' = 코스닥 시장 침체로 6월 들어 해외에 발행했던 전환사채(CB)의 행사가액 조정이 쏟아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43회의 전환가액 조정이 공시됐고, 이중 브이케이, 미디어코프, 브로딘미디어, 유비다임 등 4곳은 2회 이상 행사가액이 낮아졌다.
브이케이는 최근 주가하락으로 1180원에서 970원으로, 1200원에서 1005원으로 전환가액이 조정됨에 따라 전환가능한 주식수가 136만여주 늘어났다. 비트윈도 3525원에서 2600원으로 낮아지며 27만주가량 증가했고, 현대아이티는 전환가액 조정으로 무려 697만5471주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해외 CB 보유자가 전환청구권 행사할 경우 코스닥기업이 발행해야 할 주식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큐론의 경우 전환가 조정으로 인해 주식전환 가능한 해외 CB 발행규모가 전체 발행주식의 24.92%에 달한다. 또 티엔터테인먼트(24.12%), 이랜텍(22.47%), 현대아이티(20.80%) 등도 20%를 웃돌았다.

◆무분별한 CB발행...물량부담에 경영권까지? =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정상적인 증자가 어려울 경우 CB, BW 발행을 선택한다"며 "전환사채의 경우 투자자들은 주가하락기에도 안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발행한 기업에게는 수급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코스닥기업들의 유,무상 증자 및 CB 발행이 잇따랐던 점도 물량부담이 되며 최근 주가 하락에 한 몫 했다는 것이다.
주가하락에 따른 CB전환가 조정은 코스닥 기업들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증권예탁결제원은 지난달 29일 올 상반기 해외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규모가 6억9000만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코스닥 기업이 90% 가량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예탁결제원 해외증권발행 담당자는 "4~5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없던 코스닥 기업들의 해외 CB등의 발행이 지난해부터 급증하는 추세"라며 "문제는 해외시장에서 CB로 인수할 경우 인수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폐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꿔 말하면 주가하락으로 전환될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대주주 지분은 낮아지는 반면, 경영권을 노리는 제2, 3의 투자자는 CB인수를 통해 보유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위협의 소지도 안고 있는 것이다.